열두띠 동물 중에서 쥐는 정북방향이며, 시간으로는 오후 11시에서 새벽1시, 달로는 음력 11월을 지키는 동물이다. 사람에게 쥐는 결코 유익한 동물은 아니다. 하지만 쥐는 재물, 다산, 풍요기원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그래서 쥐띠 해는 풍요와 희망과 기회의 해이다. 쥐해에 태어난 사람은 식복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났다고들 한다. 쥐가 우리 생활에 끼치는 해는 크지만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이 있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살아남는 근면한 동물, 재물, 다산, 풍요 기원의 상징으로서 구비전승에 두루 나타난다.

십이지의 첫 자리, 쥐띠

쥐는 십이지의 첫자리가 된다. 그렇게 된 사연을 말해 주는 설화가 몇 가지 있다.

옛날, 하늘의 대왕이 동물들에게 지위를 주고자 했다. 이에, 그 선발 기준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정월 초하루에 제일 먼저 천상의 문에 도달한 짐승으로부터 그 지위를 주겠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각 짐승들은 기뻐하며 저마다 빨리 도착하기 위한 훈련을 했다. 그 중에서도 소가 가장 열심히 수련을 했는데, 각 동물들의 이런 행위를 지켜보던 쥐가 도저히 작고 미약한 자기로서는 먼저 도달함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여, 그 중 제일 열심인 소에게 붙어 있었다. 정월 초하루가 되어 동물들이 앞다투어 달려왔는데, 소가 가장 부지런하여 제일 먼저 도착하였으나, 도착한 바로 그 순간에 소에게 붙어 있던 쥐가 뛰어내리면서 가장 먼저 문을 통과하였다. 소는 분했지만, 두 번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쥐가 십이지의 첫머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미약한 힘을 일찍 파악하고, 약삭빠르게 꾀를 쓴 것이다.

흥덕대왕릉의 12지신상 중 유일하게 자상만이 천의를 입고 있다. 열두 띠 동물 중 첫 번째 동물로서의 위상에 걸 맞는 대접이다. 파주 서곡리 고려 벽화묘에서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자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북벽에 인물상 좌상이 보이는데 관모위에 쥐의 머리부가 그려져 있다. 이는 쥐가 첫 번째 동물로서의 위치와 깊이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쥐의 예지력

삼국사기 신라본기 권제9 혜공왕 5년에 보면 “치악현에서 8천여마리나 되는 쥐 떼가 이동하는 이변이 있었고 그 해 눈이 내리지 않았다”고 쓰여 있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화산이 폭발하는데 이중 쥐가 제일 먼저 이를 탐지한다.그리고 사람들은 뒤늦게 재앙을 맞는다. 삼국사기의 예는 쥐의 예지력과 신통함을 표현한 한 예다.

쥐가 앞날을 예측한다는 믿음. 이는 선원들이“쥐 떼가 배에서 내리면 난파 한다”는 속신에서 알 수 있다. 그래서 해안지방에는 쥐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영물로 인식되어진다.

근면과 다산의 상징

쥐의 특징적인 면모를 살펴보면서 쥐가 왜 근면과 다산의 상징인지 알아보자. 쥐는 대단히 발달된 감각기관과 촉각을 담당하는 긴 수염, 무엇이든 잘 갉아 먹을 수 있는 앞니 등 환경적응력이 뛰어나다. 그만큼 번식률도 뛰어나다. 아들 자자를 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쥐의 다른 면에서 쥐의 의미를 살펴보자. 쥐는 앞 발가락이 4개, 뒷 발가락이 5개로 한 몸에 음과 양을 갖추고 있다. 합쳐서 9가 되므로 3x3은 9인 곱셈의 수, 9x9는 81인 도깨비수를 의미한다. 여기에서도 왕성한 번식력과 관련이 있다. 도깨비수는 무한대로 늘어나지 않는가?

쥐의 번식력에 대한 설화

김유신 장군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우리는 쥐에 대한 조상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고구려의 점쟁이 추남은 왕의 노여움을 사 ,상자 속 쥐의 숫자를 맞추라는 시험을 받는다. 그러나 틀린다. 이에 죽임을 당한다. 나중에 쥐의 배를 갈라보니 그 속에 쥐의 새끼가 들어있어 추남의 점괘가 맞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날 밤 고구려왕은 꿈속에서 추남이 신라 서현공주인 즉 김유신장군의 어머니의 품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된다. 이는 쥐의 번식력과 국가의 성쇠를 연결시켜 쥐의 다산성을 나타내는 예이다.

쥐에 대한 풍속

정월에 행해지는 쥐불놀이. 쥐불은 논둑 밭둑의 잔디와 잡초를 태워 해충을 없애자는 뜻이고, 놀이는 어울리어 불싸움을 통해 공동체의식을 기르자는 뜻이다. 또 부녀자들은 콩을 볶으며 “쥐주둥이 끄시리자”고 주문을 외어 풍년을 기원한다. 정월놀이는 쥐 자체가 풍년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쥐의 구제를 통한 풍년기원의 모습이다.

새해의 길흉을 점치는 윷점은 쥐가 우리의 일상과 친근한 존재임을 알려준다. 동국 세시기에서도 도. 개는 쥐가 창고에 들어가는 괘로, 걸. 윷. 모는 고양이가 쥐를 만난 격으로 점을 친다. 이는 놀이를 통해서 쥐가 가지는 속성을 가지고 운세를 점치는 모습이다.

충남 당진지역에는 쥐바람쐬기라는 풍속이 있다. 집안에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집안 구경을 시켜준다. 이는 쥐의 근면성을 강조하여 새사람에게 쥐처럼 근면하게 살라는 뜻이 아닐까?

한국인의 쥐에 대한 인식과 그림

쥐는 영리하고 몸집이 작다. 그래서 재빠르다. 또한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저축성도 밝다. 쥐는 인내심이 강해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조선시대에 쥐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쥐 그림에서도 느낄 수 있다. 재미있는 주제의 포착, 서정 넘치는 표현, 아름다운 색채감각이 돋보이는 묘사. 조선시대의 작가들은 수박이나 당근을 갉아먹는 모습, 무우를 갉아먹는 모습을 재미와 여유를 가지고 관찰 순간을 포착한다. 여기에는 쥐라는 동물은 우리 곁에서 같이 살아 숨 쉬는 동물이라는 생각이 깊이 배어있다.